번역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승냥이분들께서는 모두... 아마, 혼자만의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여왕님과의 특별한 추억들~" 을 가지고 계실 것이다. 그것은, 여왕님의 경기 모습에서 전해져 오는 특별한 감흥일 수도 있고 경기 외적인 일상사에서 비쳐지는 <연아> 선수의 인간적인 매력일 수도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열렸던 아이스쇼나 작년 말의 GPF 대회에서, 혹은 더 나아가 해외원정까지 불사하며 직접 여왕님의 실물과 실제 연기 모습을 목격했던 순간의 감격일 수도 있고... 경기 모습 동영상의 무한반복(?)을 통해 스스로 찾아낸 한순간의 뿌듯함일 수도 있을 것이다. (^^)

필자에게도 물론, 위와 같은 "특별한 추억들~" 이 있다. 그런데 필자에게 있어서, 이러한 추억들은... 그저 기억 한 켠에 차곡차곡 쌓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연아> 선수를 알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형성된 감성에까지 다가와... 마치 처음 보는 귀여운 꼬마가 문득 작은 손가락으로 옆구리를 쿡쿡 찌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언젠가부터 같이 놀아달라고 졸라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  아저씨, 이거 알아요? 나, 이거 잘해요. 보세요, 잘하죠? 잘 모르시겠다구요? 안돼요, 그러기 없어요. 다음까지 공부
         해 오기... 약속, 약속!!

         와아~ 나 1등 했어요. 다들 옆집 애가 더 잘한다고 했는데, 나도 진짜 잘하나 봐요. 하지만... 쟤네 집은 엄청 부자래
         요. 그리고 울 엄마는 맨날 그게 속상한가 봐요. 그래도 난 괜찮아요. 근데...

         아저씨, 쟤네들 막 반칙까지 해요. 그리고는 아니라고 우겨요. 어른들도 다 쟤 편인 거 같아요. 난 모르겠어요... 엄
         마는, 그런 말은 아직 우리끼리만 해야 하는 거래요. 엄만 슬퍼 보였어요. 왜 그래야 해요? 아저씨, 나도 슬퍼요...


필자는, 해 줄 말이 없었다. 그저...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다 이 못난 아저씨들 탓이란다... 넌 착한 아이야. 그리고,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아이란다." ...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그런 얘기만을 해 줄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이 귀여운 꼬마는, 단지 그 한마디에 "알았어요. 내가 틀린 게 아니죠? 그래, 내가 맞는 거야. 아저씨, 고마워요!!" ... 방긋 웃는 얼굴을 보이고는, 돌아서서 다시 엄마에게 달려가는 것이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차마 더는 볼 수가 없어서, 필자는 나도 모르게 두 눈을 감고 만다. 절로 한숨이 나고 가슴이 찢어진다. 저 아이는 알고 있는 것이다. 자기 편인 어른들은, 힘이 별로 없다는 걸 말이다. 착하디 착한 어린 마음에, 자신의 투정 몇 마디가 (사실, 투정이 아니라 정당한 항변인 것을...) 주위의 어른들 속상하게 만들까 봐, 그게 또 싫어서... 태연한 척 웃으면서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하지만...

알만한 어른들은 모두 다 알고 있다. 뒤돌아서는 그 순간, 방금 전까지의 미소는 사라지고 가득 고인 눈물을 참으려 이를 앙 다문 표정으로 변해 있으리라는 사실을. 카메라 앞에서는 "3 등도 좋아요~" 라고 웃음 짓지만... 어른들의 눈을 피해서, 어쩌면 엄마의 눈조차도 피해서... 불 꺼진 방에 홀로 앉아 소리를 죽인 채로 뚝뚝 눈물을 떨어뜨리고 있을 모습이, 눈 앞에 선한 것이다.

누가 그 마음을 알겠는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아주 조금, 정말로 아주 조금...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엄마라면 또 모를까, 그 밖엔 그 누구도 그 마음을 알 수는 없다. 밤하늘의 무수한 별빛들이 쏟아지는 창가에 기대어, 창 너머 별빛 틈으로 비쳐 보이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혼잣말로만 되뇌었을 자신의 꿈과 자신의 미래. 셀 수 없을 만큼 많았을 그런 밤들을, 누가 감히 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외면할 수는 없다. 가만히 보니, 힘도 약한 우리 동네... 굴러 가는 꼴도 참, 가관이다. 말빨 좀 세운답시는 양반네들은, 쥐뿔도 모르는 주제에 훈계랍시고 무조건 옆동네 아이를 닮으라고만 하고... 어느 동네에나 있기 마련인 몇몇 무개념 돌대가리들은, 아예 대놓고 옆동네 아이가 더 예쁘다고 떠들 판이다. 이 놈의 동네 꼴... 40 년도 넘게 살아왔건만, 그나마 나아졌다는 게 아직도 이 모양이다. (이러니 옆동네 아이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 간다. 돈으로 죄다 처발라 지네 아이들보다 훨~ 나은 우리 아이는, 아예 판에 끼지조차 못하게 할 기세였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뭐 언제, 관군 믿고 외적과 싸웠나? 이 동네가 그리 만만한 동네가 아니다. 아직은 신도시라 군데군데 허술해도, 오래전 옛동네 시절부터...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똑부러진 인간들이 대대손손 살아온 동네이다. 니들이 칼춤 추는 사무라이 나부랑이라면, 이 쪽은 붓으로 장풍 쏘는 선비의 후손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논리가 확고하면, 아무리 목에 칼이 들어와도 눈 하나 깜짝 않는 게... 우리들의 참모습인 것이다.


    ☞  윗대가리 몇 놈이 헐렁하니까, 얼핏 보면 만만하지? 그거 믿고 까불다가 개피 본 게 그 잘난 니들 선조, 원숭이 히데
         요시야. 그런데도 정신 못 차리고 최신 무기 몇 년 더 빨리 도입했다고, 자존심 하나로 사시던 우리 할아버지, 할머
         니들 가슴에 35 년이나 상처를 내? 장담하건대 니들은 앞으로 최소한 딱 10 배... 350 년 동안은 우리한테 시달릴
         거다. (말이 좋아 독립이지, 냉전 시대 직격탄 크리에 아직 통일조차 못하고 있지만... 통일 되는 그 날, 그 때부터가
         진짜 맞짱인 거야.)

         우리 관군? 그래, 약해. 힘 별로 없어. 하지만, 아무도 신경 안 써. 관군들 다 무너져야, 그때부터 우린 본 게임이거
         든. 원래부터 그래. 나도 이상하긴(?) 하지만... 그냥 그래. 아마 풍류를 즐기는 군자의 동네라서 그런가 봐. 죽어라
         공부해서 조정에 출사했다가도, 기득권들 해처먹는 꼴이 더러우면 사표 휙~ 날리고 낙향해서 후학 가르치고 안빈
         낙도... 유유자적하게 살다 간 선조들, 저 마을 앞 개울가 모래알처럼 많고 많은 게 우리들이야. 하지만...

         정말 소중한 걸 건드리면, 헐크 모드 변신 또한 순식간인 게 우리 동네야. 니네 할아버지들 중 하나가 꼴에 역사학자
         랍시고 떠들었다며? 우리 동네 기본 정서가 <한(恨)>이라고? 내 참... 기가 막혀서 헛웃음도 안 나온다. 뭘 알려면
         똑바로 알아야지... 반쯤 알다가 말면, 모르는 것보다 못한 법이야. 알려면 똑바로 알아. 정답은 <한>이 아니라, 바
         로 <한(恨)풀이~>야.

         <한(恨)>이 뭔지나 알아? (상처 난) 마음의 뿌리, 즉 "가슴에 맺힌 무언가~" 란 뜻이야. 근데, 우리 동네 사람들...
         이거 품고 죽어도 못 살아. 친한 친구들끼리도 이거 생기면, 술 한잔 먹고 죽기살기로 한 판 붙고 끝내는 게 우리야.
         (그리고 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음날부터 다시 어깨동무 모드인 거지.) 물론 안 풀리면 완전히 갈라서는 수
         도 있어. 하지만, 그건 절대 <한(恨)> 자체 때문이 아냐. 그것이 풀리지 않는다는 "소통 부재~" 가 진짜 이유인 거
         야. "얘기가 안 통하는~" 치하고 무슨 말을 어떻게 섞어? 이게 우리 동네 정서의 핵심인 거야. (툭 터놓고 소통조차
         못하고 서로 간에 눈치 보기에나 급급한 니들로서는, 죽었다 깨어다도 모를 일일 것이다... 쯧쯧~)

         말만 통하고 나면, <한(恨)>? 절대 안 남겨. 얼마나 빨리 잊어주고 용서도 잘 해 주는데... (솔직히 이건 꼭 좋은 건
         지, 때론 잘 모르겠지만...^^) 장님 코끼리 더듬는 수준인 주제에... 어디서 깝치고 나서서 남의 동네 정서를 아네,
         모르네... 니들은 <여인천하>의 문정왕후 앞에 단체로 무릎 꿇고 앉아서 한소리 들으며 심각하게 반성을 할 필요가
         있어. "뉘 안전(眼前)이라고 감히... 그 입 다물라!!!"

         정말 소중한 걸 건드리니까 <한(恨)>이 생기고, 따라서 그걸 풀어야겠기에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죽기살기로 달려드
         는 거야. 이쯤 되면, 관군이고 나발이고가 없어. 낙향한 선비들 다, 술잔 던지고 일어서지. (내가 위에서 붓으로 장
         풍 쏜다고 그랬지?) 속 터져 미칠 지경인 동네 사람들, 한데 모을 고품질 격문들이 순식간에 넘치고 넘쳐나... 저 곳
         을 매우 치라!! 아주 정확하게~ 조준을 하지. (왜 쳐야 하는지, 어떻게 쳐야 하는지... 요럴 때는, 단결도 무지 잘 되
         요...^^) 한번에 두들겨 줄지, 돌아가며 갈겨 줄지... 그건, 일단 한번 맞아 봐. 그럼, 자동적으로 알게 될 거야. (^^)

         삼천리 금수강산에, 초야에 묻혀 있는 숨은 고수들이 얼마나 많은지... 니들은 상상도 못할 거야. (4000 개 고교 야
         구팀으로도 50 개 고교 야구팀, 상대하기가 영~ 버겁지? 그게 바로 우리들이야.) 니들은, 방구석에 처박힌 오타쿠
         들이 그리 많다며? 우리는, 티 안 내고 보통사람처럼 살아가는 <숨은 고수>들이 그 정도야. (그것도 지금 우린, 달
         랑 반땅 싸움이다. 언젠가 북쪽 사는 애들까지 합세하는 날이면... 니들은 죄다, 죽었다고 복명복창해야 할 것이야.)

         그리고 일어서야 할 때가 오면, 이들 중 일부가 또는 때로 전부가... 동네 사람 모두를 <헐크>로 변신시키는 거야.
         알간? (ㅡ.ㅡ*!!)


이상과 같은 <한(恨)풀이~>, 즉 <소통>과 더불어 우리에게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또 한가지의 정서가 있다. 외국인은 결코 이해할 수가 없지만, 한국인이라면 마치 공기처럼 당연하다고 여기는 정서... 그렇다. 바로 <정(情)>" 이 되겠다.


    ☞  <정(情)>이란 "푸른 마음" 이다. 푸를 청(靑)자는, 하늘색을 의미하고 순수한 젊은 시절을 상징하니... <정(情)>이란
         다시 말해, 하늘을 대하는 마음이요 거짓 없고 계산 없는 순수한 마음인 것이다. 하늘을 바라보는 것 같기에 쉽사리
         마음을 열 수 있고, 잔 계산을 하지 않으니 자꾸 뭔가 베풀어 주고 싶어진다. <정>이란, 그런 것이다.


결국, "마음에 맺힌 사소한 건 말로 툭툭 털어 버리고, 잔머리 굴리지 말고 서로 베풀어 주면서 거짓 없고 순수하게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함께 살아가자~" ... 이것이 바로 우리 한국인의 기본 정서요,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동질감의 정체라는 것이... 지난 40 여년을 살아오며 나름대로 깨달은 필자의 <한국인론>, 바로 그 첫 페이지가 되겠다. (^^)

그렇기에 한국인들은, 그저 같은 한국인이라는 사실 하나에... 모두가 다 "우리~" 가 된다. 어디까지나 "우리 집" 이요 "우리 나라" 이다. "내 집" 이니 "내 나라" 같은 말은... 지독스레 야박한 느낌이 들기에, 평소에는 차마 쓰지를 못하는 것이다.

    ☞  "내 집~" 이라는 말은, 내 명의로 되어 있다는 의미일 뿐이다. "내 나라~" 라는 말은, 동포 하나 없는 외딴 이국 마
         을에 이민을 간 한국인이 남몰래 눈물을 훔칠 때나 나올 법한 얘기이다.

         친척이든 친구이든, 가끔은 드나들어야 그게 비로소 "우리 집~" 이 되고... 머리채를 잡고 싸움을 하든 부둥켜 안고
         춤을 추든, 입씨름으로 날밤을 새고 "오늘은, 내가 쏠께~" 소리가 들려 와야... 그게 바로 "우리 나라~" 인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정서는 자연스레 확장되어... 자랑스러운 한국인은 모든 한국인들에게 "우리의 ○○○~" 라고 불리게
         된다. "우리 박지성 선수~", "우리 태환이~", 그리고 "우리 연아~" (^^) ... 내 꺼라고 소유권을 주장하는 얘기가 아
         니다.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느끼게 해 주었으니, 친구나 친척처럼 술 한잔 사주고 싶고 좋은 선물도 해주고 싶다
         는 의미의 "우리~" 인 것이다.

         나한테 떨어지는 게 없어도 좋다. 자기들이 알아서 돈도 잘 버는데, 없는 살림 쪼개서라도 작은 선물 하나 해 주고
         싶고 한번이라도 더 실물로 보고 싶어진다.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자꾸 <정>이 가서인 것이다. 이런 기본 정서 때문
         에, 우리나라는 아이돌 팬덤 문화 또한 외국과는 분명히 다르다. 간혹 이렇듯 순수한 어린 팬들의 정 붙이는 행위를,
         상업적으로 악용하는 업자들이 있는데... 아주 혼찌검을 내야 할 일이다. 한국인이라면 절대... 그래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선수들은 "우리의 ○○○~" 라고 불리게 된 것일까? 혹자는, 이 주제로 수십 페이지의 논문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면 관계상... 이 글에서 필자는 다음과 같은, 한 문구의 키워드로 해답을 설명해 보려고 한다.


"가슴이 뭉클!! 눈물이 글썽~"


한국인이라면, 위의 문구 자체만으로도 벌써 가슴에 와 닿는 바가 있으리라 믿지만... 조금만 사족을 달아보기로 할까. 시시비비 따지기 좋아하는 우리들이다. 그런데 세상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것이 있다면, 얼마나 흐뭇한가. 세계 1등 수출 상품도 좋고, 효경(孝敬)과 같은 예의범절도 좋다. 그리고 세계적인 예술가나 운동선수도 마찬가지이다. 솔직히, 우리가 보는 눈은 또 얼마나 높나? 그런 우리 눈으로 보기에도, 세계 수준에서 밀리지 않거나 오히려 더 잘한다면... 보는 것 자체만으로 벌써 "가슴이 뭉클~" 한 것이다.

좋은 의미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정에는, <동경>과 <감동>이 있다. 이 중, <동경>은 앞서 얘기한 "가슴이 뭉클~" 과 관련되는 감정이다. 그런데 <감동>은, 이와는 또 반대쪽에 가깝다.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이 보여주는 인간적 의지(意志)에서 느껴지는 감정인 것이다. "늘 웃고 지내는 저 아이가, 실은 몇 년째 부모님 병 수발을 들며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거나 "우리나라 프로 팀에게는 눈길조차 받지 못했던 선수가, 외국의 2부 리그에서 시작하여 세계적인 팀의 주전선수가 되었다~" 라는 얘기들이 그러한 예가 되겠다.

여왕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쥬니어 시절부터 벌써, 여왕님의 연기에서는 뭔가 특별한 것이 보였다. (그 시절의 <마오>? 트럭 한 가득 갖다 줘도, 절대로 안 바꾼다.)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뭉클~" 했던 것이다. 그런데 사정을 좀 더 알고 보니, 어린 <연아> 선수를 둘러싼 환경은 그야말로 안습 그 자체였다. 무슨 양파껍질도 아니고... 까면 깔수록 더 답답한 얘기들 뿐이었던 것이다. (특히, 연습장 여건 및 부상 크리...)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꼬꼬마 여왕님은, 그런 상황에서도 죽어라 연습에 매달렸단다. 엊그제 TV 에서 <신혜숙> 코치님이 또 말씀하셨다. "무슨 애가... 2시간 동안 <3Lz>를, 60 번도 넘게 뛰는 거에요." (그런 시간들을 거쳐 왔으리라고, 진작부터 짐작하고 있었으면서... 그럼에도 이런 얘길 들으면 또, 눈시울이 따끔거린다. 역시, 타고난 소질은 어디까지나 단지 소질일 따름이다. 진정한 재능이란, 주어진 소질의 지속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능력~" 인 것이다. 아무나 넘사벽~ 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렇듯, 여왕님의 과거사를 알게 되는 대목에서 "눈물이 글썽~" 하게 되었다면... 그는 이제 승냥이로 변신할 수 밖에 없다. (자신도 모르게... 항가항가~, 승냥승냥~ ... 이제 남은 것은 <승냥이 인증>의 절차뿐인 것이다... ^^)

모든 한국인이 다, 1등급 승냥이일 필요는 없다. (구국의 전선에 나서는 것이야 아니지 않는가?) <붉은 악마>도 필요하고, <푸른 도깨비>도 필요하다. (그쪽은 니들이 지켜라, 이쪽은 우리가 지키마... 이런 게 바로 분업이요, 역할 분담인 것이다.) 다만, 여러가지로 여건이 좋은 그네들과 우리는 사정이 많이 다를 수 밖에 없다. 필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승냥이>들은 바로... 척박한 한국 피겨에 찾아온 기적 같은 선물이자, 향후 세계 피겨사에 길이 남을 보석 중의 보석인... <여왕님>을 알아보고 이를 지키려 일어선 이 땅의 의병대인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관군은, 영~ 의지할 바가 못된다.) 그런데...

니들이 감히... 우리 <여왕님>을 건드려? 이순신 장군에게... 안중근 의사와 김구 선생에게... 그렇게 얻어 터지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 이거지? 좋아, 다시 한번 보여 주지. 정말로 "소중한 것~" 을 건드리면, 우리 동네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말이야!! 이건 승냥이들에게는 당연히... 작은 전쟁인 것이었다.


    ☞  예로부터 전쟁에 있어서,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병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보급>과 <통신>이다. (특히,
         이 두 가지는, 병사들의 "사기" 와 직결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점에 있어서는, 우리 승냥이들이 천하무적
         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소견이 되겠다.

         출출할 때면 여왕님께서 적절히 떡밥을 풀어 주시니, 언제나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싸울 수 있다. 세계 최강의 인터
         넷 통신망 및 커뮤니티 문화가 있기에, 퍼나르기 신공 및 댓글 토론을 통해 오프라인 지면이나 공중파에 훈수까지도
         둘 수가 있는 것이다. (^^)

         그리고, 이런 견지에서... 필자는 최근 여왕님이 화두로 던지신 "금 밟지 마~" 사건의 전개 과정 및 결말에 대하여,
         무척 만족스럽게 생각을 하고 있다. (당시에는 월드를 앞두고 필자 스스로 자숙 중이었기에 직접 나서지는 않았으
         나... 다른 여러 횽들의 주도 하에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주시하며, 눈팅만은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론은? 역
         시나, 자랑스러운 우리 승냥이 횽들... 짝짝짝~!!)

         옆동네 닌자들이 워낙 교묘하게 숨어들고 있는 듯 하고 실제로 상당히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기에, 아예 대놓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단, 필자의 기본 입장은 여왕님이 밝힌 공식 멘트의 그것과 같다. 즉... "와전된 얘기에, 뭘 그리 흥
         분하나~?" 가 되겠다. 또한, 필자는 지금... 절대로!! "옆동네 아이들이 제 발 저려서 그런 반응을 보인 것~" 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 두는 바이다. (절대!! 절대로!!! 그런 말이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무런 뜻도 없는 한 마디를 날리며 이 얘기는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 훗... 샤방스~


서문이 너무 길어졌지만, 부디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본디 이 글은, 필자의 이번 연재글에서도 일종의 <갈라쇼> 같은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앞의 글들과는 조금 다른 형식으로 써 나가려고 한다. 이제부터의 본문에서 필자는... 지난 3 년의 기간 동안, 혼자만의 가슴 속에 담아 두었던 "필자와 여왕님과의 특별한 추억들~" 에 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볼 생각인 것이다. (지근거리에서 직접 알현했다거나 하는 얘기는 절대 나오지 않을 것이니, 헛된 기대는 접으시길... ^^) 자, 그럼... 지금부터 여러분을, 2006년 3월 당시로 모셔 가도록 하겠다.

 

■  2006년 3월


필자가 <연아> 선수의 이름을 기억하기 시작한 건, 아마도 2005년 초 무렵부터였던 것 같다. (물론 그 전에도 간간이 매스컴에 오르내리긴 했으나, 그때까지는 필자가 피겨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그저 무심히 흘려듣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우리나라의 여자 피겨 선수가 쥬니어 세계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다~" 는 소식을 듣고서 "응? 뭐라구!?"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인데... 그것이 2005년 초 무렵이었다.

그런데 저 당시, 필자의 수준은... 쥬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이 무엇인지, 쥬니어 세계 선수권 대회는 또 무엇인지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두 대회에서 전부 2등을 했단다. 그리고 해당 두 대회의 우승자는 모두 <아사다 마오>였다.) 하지만 저 무렵에는, 다른 얘기는 전부 다 제쳐 놓고 일단... "우리나라의 피겨 선수가 권위 있는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땄다~" 라는 사실 자체가 깜짝 놀랄 만한 일이었다. 당시에 저 소식을 들었을 때, 필자에게 다가온 첫 느낌이란... 마치 세계 쥬니어 육상 대회에 참가한 우리나라의 여자 선수가 100 m 달리기 종목에서 메달을 땄다는 얘기와 똑같은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잠시 반짝하던 스포트라이트는, 이내 수그러들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당연히) 비시즌 기간에 접어 들었던 것이다... ^^) 필자 역시 이름만을 기억했을 뿐, 몇 달 동안 <연아> 선수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살았다. 그런데... 그러던 2005년 말의 어느날, <연아> 선수의 이름이 다시금 매스컴을 장식했다. 이번에는 "우승! 금메달!"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서 말이다.

우승...? 2 번째로 출전한 쥬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의 우승이란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a;;) ... 확실히 우승, 금메달이란... 느껴져 오는 임팩트부터가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 피겨계에 처음으로, 세계 수준에 도달이 가능한 유망주가 나온 모양이다~" 라는 생각이 드니까, 자연스레 눈길이 가게 되고 호기심도 생겨난다. 동계 올림픽 때나 잠깐씩 볼 수 있었던 <카타리나 비트>나 <미셸 콴> 등의 연기에 뭣도 모르며 감탄했던 기억 밖에 없었던 필자가, 처음으로 피겨에 대하여 제대로 관심을 가지게 된 순간이었다. 그런데...

해가 바뀐 2006년 3월... 쥬니어 세계 선수권에서 또다시 우승을 차지했다는 기사가 스포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리는 것이 아닌가. 눈길이 가는 대목은 단연 <세계 선수권>이라는 타이틀이었다. 헉~ 이건 뭥미? 설마... 월드 챔피언?


    ☞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스스로도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저 시절의 필자는, 당시 <연아> 선수가 쥬니어 세계
         챔피언이 되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대단한 사건이었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
         승했으니, 세계 선수권에서도 우승할 수 있는 거겠지~" 라는 식의, 단순무식(?)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a;;)

         당시, 불과 3달 전에 <이리나 슬러츠카야>를 꺾었던 <마오> (비록 안방무대였긴 했지만...) ... 그 <마오>를 확 오
         그라 붙게 만든 <연아> ... 이후 몇 달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필자는 당시 <연아> 선수가 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
         었는지(?)에 대해서... 확실히 알게 되었던 것이다.


아하~ <연아> 선수의 쥬니어 월챔 획득이 특별한 추억인 모양이군요? 혹시 이렇게 생각하신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시기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안타깝게도(?) 틀리셨다. (실시간으로 당시에는, 쥬니어 월챔 먹은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도 몰랐다니깐요?) 필자에게 남아 있는 특별한 추억은... 대회를 마치고 귀국 후, <SBS>에서 마련한 스튜디오 특집 방송에 직접 출연했던 <연아> 선수의 모습이 되겠다.

당시의 <연아> 선수는, 막 고등학교에 입학했던 무렵... 필자는 이미 우리 나이로 마흔에 접어들어 있었다. 마흔을 가리켜 불혹(不惑)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혹~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 이 연재글을 쓰면서 이런 말 하긴 좀 무엇하지만... 실제로 필자는, 결코 쉽사리 혹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흠... 확실히 좀 많이 민망하다... ^^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ㅡ.ㅡ) 믿기지 않는다면, 이렇게 바꾸어 생각을 해 보시라. 필자는 진짜로 한번 빠져들면, 이런 식으로 끝장을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이다. 그런데, 아무 데나 혹하게 된다면... 인생이 고달파 과연 배겨날 수가 있겠는가? (^^)

"재주는 열 냥, 인간은 서 푼~" 이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공부만 잘하면 뭐해? 사람됨이 중요하지~" 란 뜻이다. 그리고, 당시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TV 앞에 앉아 있었다. 대상이 되는 인물이 스물을 넘긴 나이라면, TV 에 비치는 모습만으로 인성을 파악할 수는 없다. 변신~ 하고 포장을 해 버리면, 알 길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연아> 선수의 나이라면, 설사 포장을 한다고 해도 100 % 완벽할 수야 없는 것이다. 어? 시작하네... 자, 어디 한 번 볼까?

필자와는 두 바퀴 돌아간 말띠 띠동갑이고, 한 마디로 딸내미 뻘인 고1 짜리 소녀이다. 사진으로는 어느새 익숙하지만, 직접 말하는 목소리를 듣는 건 또 처음이다. (<연아> 선수로서는, 이런 식의 스튜디오 인터뷰도 처음이다.) 그런데...

이 아이... 너무나도 똘망똘망하다. 우선, 긴장한 티가 전혀 없다. (눈 앞에 몇 대의 카메라가 돌아가고, 스탭들 움직임에 조명이며 사운드며 약간이라도 신경이 쓰일 법도 한데... 이건 그냥 지네 집 거실이다. 완전히 무대 체질인 것이다.) 게다가 시종일관 눈빛이 살아있고 야무진 입매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질문이 날아오면, 겸손한 태도로 조곤조곤... 할 말만 딱~ 하고는 말아 버린다. (허투른 말이 없다는 건, 정직하고 성실하단 얘기다. 말솜씨를 보아하니, 머리도 좋고 타고난 센스도 있다. 운동하느라 학교도 거의 못 갔을 텐데 저 정도면... 가정 교육이 훌륭하고, 본인 스스로가 운동만 하는 바보는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확고한 아이인 것이다.)

불과 40 여분의 방송 시간 사이에... 필자는 그야말로, 한 방에 사악~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이 아이는, 분명히 장래가 기대된다~" 라는 생각이 절로 생겨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필자만의 느낌이었을 것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러한 필자의 추억과 유사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승냥이 분들의 숫자는 실로 엄청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때까지 피겨라면 <카타리나 비트>나 <미셸 콴>의 이름 정도 겨우 알고 어렴풋한 옛 모습이나 떠올리던 필자는... 조금씩 틈틈히 피겨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막상 공부를 시작하고 보니, 우리나라에도 많은 피겨팬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연아> 선수의 팬덤은, 당시에 벌써 상당수에 이르러 있었다.)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필자가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 많은 능력자 분들께 왕초보 시절의 필자 또한 너무나 큰 도움을 받았다.


    ☞  필자에게 있어서는, 참으로 고마운 분들이다. 지금 <피벗>과 <연갤>에 계신 여러 능력자 횽들 가운데에도 저 시절
         부터 필자에게 가르침을 주었던 분들이 많이 계신다. 일일이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많은 분들이 계시지
         만... 초보 시절의 필자에게 있어서, 마치 바이블이나 피겨 사전과도 같았던 <연갤>의 피겨 규정집을 집필해 주셨던
         <무명씨> 횽을 필두로 여러 능력자 횽들께, 이 자리를 빌어... 언제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말씀, 진심으로
         꼭 전해 드리고 싶다.


필자도 또한 잡생각이 들거나 무료할 때면, 수시로 잠깐씩 <피벗>이나 <연갤>에 들르곤 한다. 그리고 이런 저런 글들을 읽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하는 대목이... 글도 글이려니와, 여러 승냥이 분들의 탁월한 댓글 센스이다. (솔직히 필자는... 댓글 센스는 영~ 형편이 없다. 스스로도 인정이다.) 예기치 못한 댓글에 한 번 빵~ 터지고 나면, 금새 기분이 전환되곤 하는데... 그 느낌이 아주 중독인 것이다. (^^)

그리고, 지금에 와서 필자가 이러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은... 2006년 3월, 저 시절의 여왕님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아마도 여왕님이 바람결에 이 얘기를 알게 된다면... "아찌~ 그러셨쎄요? 근데... 내가 그때 그랬었나요? ... ㅋㅋ" 뭐, 대략... 이 정도의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싶다... ^^)

 

■  2006년 11월


2006-07 시즌이 시작되었다. <연아> 선수의 시니어 데뷔 시즌이다. 하지만, 아직... 필자의 공부는 여전히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눈동냥은 잔뜩 한 것도 같은데, 도무지 하나의 울타리 안에 정리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이제 점프의 구별은 되고, 스핀의 종류도 안다. <SpSq>란 활자를 <스파이럴 시퀀스>라고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뭔가, 근사하지 않은가? (^^)

확실히 실력이 늘어난 것은, 오히려 피겨사적 지식 쪽이었다. 이제 <카타리나 비트> 시절부터 <미셸 콴>의 은퇴까지... 중요한 흐름은 확실하게 꿰게 되었다. 다만, 아직 <신채점제>가 뭔지는... 뿌옇게 윤곽만 보일 뿐이다. <프로토콜>이란 멋진(!) 말도 알게 되었는데... 도무지 한 눈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 기초점수는 알겠는데, <GOE> 는 잘 모르겠다. 방송에서 <가산점>이라고 하는 걸 보니, 심판들이 알아서(?) 주는 점수인 모양이다. (^^) <PCS>는 예술점수 같은 건가 보다. 근데... 예술성을 어떻게 채점하지? (^^)

<연아> 선수는 11월 초의 <SC> (이렇게 쓰고 <스케이트 캐나다>라고 읽는다...ㅋㅋ) 에서 시니어 데뷔전을 치렀다. 결과는 3 등. 첫 대회치고는 잘한 성적이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1등과도 불과 5 점 정도의 차이, 2등과는 단지 0.28 점 차이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SP>에서 클린 경기로 경쟁자들을 4~7 점 정도씩 따돌리며 1위를 차지했었기에 더욱 더 그러했다.) 쥬니어 시절보다 30초가 늘어난 <FS>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말았다. 한 번 넘어진 데다가, 후반부의 점프가 다 흔들렸던 것이다. 그래도 3 등이 어디야. <연아> 선수 본인은 "나한테 실~망!" 이라며, 뾰로통했을 것 같지만... 필자로서는 여왕님의 시니어 데뷔전, 메달 챙기며 코 뚫은 거... 일단은 추카추카. (^^)


    ☞  당시 <SC> 대회 1 등은 <조애니 로세트>, 2 등은 <수구리 후미에> 였다.


일정이 엄청 빡빡하다. 쉴 틈도 없이 열흘 뒤에 프랑스로 날아가 <TEB> (트로피 에릭 봉파르... 이상하게 자꾸만 까먹어서 외우느라고 애 깨나 먹었던 이름이다.) 에 참가했다. 상대들이 만만찮다. <SC>에서 1 등을 했던 <조애니>도 있고 <SA>에서 190점을 넘기며 1등을 했던 <안도 미키>도 있다. 게다가 <SA>에서 2등을 한 당시의 월챔 <키미 마이즈너>도 있었다. (올림픽 시즌의 월챔이기에 가치가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썩어도 준치~ 란 말도 있지 않은가.)

시즌 점수도 다들 <연아> 선수보다 위였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큰 기대는 하지 말자고 마음 먹었다. (ㅡ.ㅡ) 어차피 이왕 시작한 일이다. 1~2년 응원하고 말 생각도 아니다. 너무 빨리 달리면 나중에 지쳐... 천천히 가도 돼... (당시 필자의 수준은, 고작 이 정도였다. 여왕님에 대한 믿음은, 아직 생기기 전이었다. 포디움에만 들면 대만족. 4~5 등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이건 또 무슨 조화임? SP <록산느의 탱고>에서부터 여왕님은 펄펄 날기 시작했다. (상대가 강하면 더 강해지는... 진짜 실전형 선수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한 것이다.) 더구나 FS <종달새의 비상> ... <윌슨> 횽아의 작품답게 촘촘한 안무에, 고득점을 노리고 후반부에 집중시킨 점프들... 안무는 가볍게, 점프는 파워 있게... <SC> 당시, 초보자였던 필자가 보기에도 너무 어려워 보이던 프로그램이었다. 근데... 불과 열흘 사이에 여왕님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지금에 비하면 완전히 까막눈이었던 당시의 필자 눈에도... <TEB>에서의 <종달새~>는, 분명히 뭔가 이야기가 느껴지는 것이었다. (<3S>에서 실수가 있었고, 마지막에 체력이 달려 <2A>에서 넘어지긴 했지만... 시그너쳐 <3F + 3T>으로 시작해서 아름다운 안무로, 그리고 다시 이나바우어에서 <2A+3T>으로 이어지던 프로그램의 초반부는... 당시 필자에게 순간 울컥~ 하는 느낌을 전해주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SP 1등, FS 1등... 184 점을 상회하는 점수로 2 등인 <안도 미키>와 10 점 차이를 내면서, 시니어 첫 우승과 함께 <GPF> 진출 확정까지... 필자를 그저 머쓱~ 하게 만드는 여왕님이 아닐 수 없었다. (^^)


    ☞  3 등은 <키미 마이즈너>, <조애니>는 4 등... 두 선수 모두 총점 150 점대를 마크하는 부진을 보였다.


필자는 2006 년의 여왕님을 생각하면, 이상하게도(?) 이 <TEB> 시절이 가장 인상 깊게 떠오른다. 두번째가 쥬니어 월드 챔피언이고... 실질적인 시니어 첫 세계 제패라고 할 수 있는 <GPF> 우승이, 필자에게는 세번째인 것이다.


    ☞  이 2006-2007 시즌은, 흔히들 얘기하는 <아사다 마오> 선수의 소위 "녹턴 - 챠르디쉬" 시절이 되겠다. 말아먹더니
         날라다니고, 다시 말아먹더니 또다시 날고... 이 시즌의 <마오> 선수는 징검다리 컨시의 진수(?)를 보여 주었는데,
         결국 안방무대였던 시즌 라스트 토쿄 <월드>에서, 잘 날아놓고는 어이없는 실수 하나 때문에 <안도 미키>에게 월
         챔을 내주고 분루를 삼켜야만 했다. (이 시즌의 <NHK>배에서 <마오>는 총점 199.52 점을 획득, 총점 부분 세계신
         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는데... 모두 알고 있듯이, 이번 2009 월드에서 여왕님에 의해 깨어지게 되었다... ^^)

         저 시절에는... 필자의 피겨 보는 안목이 아직까지 형편없었던 데다가, <마오> 선수 또한 지금보다는 상태가 좋았었
         기에... 2007년 <월드> 이전까지는 당시의 단계에서 <마오> 선수가 <연아> 선수보다 조금이라도 실력(?)이 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 필자의 거짓 없는 고백이 되겠다. 그러나...

         당시에도 조만간 빠른 시간 안에 <연아> 선수가 전세를 역전시킬 것이라는 확신은 가지고 있었는데, 그 근거가 되
         어준 것이 바로 <TEB>에서 보여준 <연아> 선수의 연기 모습이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지
         만... <마오> 선수는 가지지 못한 <연아> 선수만의 잠재력, 그 "특별함" 만은 분명히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한 이상하게도(?) 이 시즌의 <TEB>에서 필자가 가장 설레었던 순간은... SP 도 FS 도 아닌 EX, 즉 갈라쇼의 무대였다고 하겠다. 여왕님의 이 시즌 갈라 곡은 <Reflection>...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Christina Aguilera)>가 불렀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의 OST 였다.


     ☞  이 당시, 필자는 <SC> 대회 후의 갈라쇼를 보지 못했다. 일이 밀려 몹시 바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TEB>가 시작
          된 시점에서야 비로소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되찾게 되었다. 따라서 필자에게는 <TEB>에서의 <Reflection>이
          이 시즌 여왕님의 갈라 프로그램과의 첫 만남이 되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OST 는 또 그와는 별개로 생각한다. (필자의 취향에 맞는 곡들이 상당히 많았던 기억이 난다.) <Reflection>도 그랬다. 뭐, 워낙에 대히트를 친 오리지널 넘버인 데다가 가수도 훌륭하고... 노랫말도 아주 좋다. (피겨에서의 갈라곡으로도 아주 딱~ 이어서, 많은 여싱들이 사용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 또한 오리지널 넘버가 발표되었을 때, 한동안 무척이나 즐겨 들었던 노래이기도 했다. (지금은, 당근~ 소중한 애청곡이 되었다... ^^)

사실, 이 시즌의 갈라곡이 <Reflection>으로 결정되었을 때... 필자는 살짝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노랫말의 내용이, 시니어 데뷔 시즌을 맞이하는 <연아> 선수의 당시 상황과 아주 판박이였기 때문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거, 너무 티(?) 나는 거 아냐?" 하는... 우려 아닌 우려가 살짝~ 들었기 때문이다. (^^) 그런데...

막상 <TEB>에서 시니어 첫 우승을 차지하고 나서 <Reflection>을 보니까... 세상에, 이건 완전 선견지명 100 % 였다고 아니할 수가 없었다. 2008-09 시즌의 갈라 <Gold>가 챔피언의 심경을 대변한다면, 2006-07 시즌의 갈라 <Reflection>은 챔피언을 꿈꾸는 소녀의 심경을 대변한다. 아래에 노랫말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  <reflection>은, 일반적으로 "반사, 반영" 또는 "반성, 숙고" 내지 "(심사숙고하여 내린) 생각, 소견, 감상" 이라는 의미이지만... 이 노랫말에 등장하는 "my reflection~" 의 경우에는, 문맥상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이라고 새기는 편이 한결 자연스러운 우리말 해석이 될 듯 하여, 필자의 임의대로 그렇게 의역하였다. (^^)


      <Reflection> (마음에 비친 모습)

      Look at me.
      (날 봐요.)
      You may think you see who I really am, but you'll never know me.
      (날 정말 잘 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신은 결코 날 알지 못할 거에요.)
      Every day It's as if I play a part.
      (날마다 난, 연극을 하고 있으니까요.)

      Now I see
      (물론 알고 있어요.)
      If I wear a mask, I can fool the world
      (가면을 쓰면, 세상을 속일 수는 있지만)
      But I cannot fool my heart
      (제 마음을 속일 순 없다는 걸요.)

      Who is that girl I see staring straight back at me?
      (저기, 저 소녀는 누굴까요? 등 뒤에서 줄곧 날 바라보고 있는 소녀.)
      When will my reflection show who I am inside?
      (언제쯤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이, 내 안에 있는 나를 보여주게 될까요?)

      I am now in a world where I have to hide my heart.
      (나는 지금 내 마음을 숨겨야 하는 세상에 있어요.)
      And what I believe in
      (내가 믿고 있는 것도 숨겨야 해요.)

      But somehow I will show the world what's inside my heart
      (하지만 어떻게든, 난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을 세상에 보여줄 거에요.)
      And be loved for who I am
      (그리고, 나 자신으로서 사랑 받을 거에요.)

      Who is that girl I see staring straight back at me?
      (저기, 저 소녀는 누굴까요? 등 뒤에서 줄곧 날 바라보고 있는 소녀.)
      Why is my reflection someone I don't know?
      (왜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은, 내가 모르는 다른 사람일까요?)

      Must I pretend that I'm someone else for all time?
      (영원히 다른 사람인 척 해야 하는 건가요?)
      When will my reflection show who I am inside?
      (언제쯤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이, 내 안에 있는 나를 보여주게 될까요?)

      There's a heart that must be free to fly
      (자유롭게 날아가야 할 마음이 있어요.)
      That burns with a need to know the reason why
      (그 마음은 날아야 할 이유를 알 필요가 있기에 타올라요.)

      Why must we all conceal what we think, how we feel?
      (우리 모두가 왜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숨겨야 하나요?)
      Must there be a secret me I'm forced to hide?
      (내게도 숨겨야 할 비밀이 있어야 하는 건가요?)

      I won't pretend that I'm someone else for all time.
      (나는 영원히 다른 사람인 척 하진 않을 거에요.)
      When will my reflection show who I am inside?
      (언제쯤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이, 내 안에 있는 나를 보여주게 될까요?)


아직 치아 교정기를 끼고 있던 앳된 모습. 프랑스는... 파리는... 뭔가 다르구나, 라는 느낌을 저절로 들게 하던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조명 효과. 시니어 첫 우승을 하고서 아주 기분이 좋았는지... 좋은 컨디션으로 마치 컴페티션을 하듯 최선을 다하던 <연아> 선수의 너무나도 우아한 연기 모습. 보는 내내 마음이 흐뭇해지는 갈라 연기였다. (이나바우어에 이은 <2A>, 게다가 무려 <3Lz>!! 덤으로 앵콜 시에는 아예 이나바우어에 이은 <2A + 3T>까지!! 휴우~ 당시 갈라쇼에 간 팬들은 계를 탄 정도가 아니라, 확실히 복권에 당첨된 것이었다고 본다... ^^)

마치... "나 이것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는데~, 나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는데~" 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듯한 모습. 필자의 눈에, 당시 <연아> 선수의 모습은... 마치 막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듯 날개를 파닥거리는 한 마리의 아기 피닉스, 또는 눈을 부비고 일어나자마자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어 엄마 품에서 바둥거리는 한 마리의 아기 유니콘처럼 느껴졌다. (^^)

2009년 3월, 마침내 세계 챔피언이 되어 <Gold> 음악을 타고 갈라쇼를 펼치는 여왕님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황홀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필자의 눈에는... 문득 <TEB> 시절, 챔피언을 꿈꾸며 <Reflection> 을 연기하던 <연아> 선수가 오버랩이 되어 희미하게 겹쳐 보이고 있었다. 이렇듯, 2006년 11월은... 실로 필자에게 특별한 추억이었던 것이다.

 

■  2007년 3월


2007년의 토쿄 <월드>. SP <록산느의 탱고>. 그리고 여왕님 생애 최초의 세계신기록 작성...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고, 필자 또한 앞선 연재글을 통해 여러 차례 언급했던 대목이었기에... 이 글에서는 간략하게만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TEB>에서 "<연아> 선수의 잠재력은, 현재의 다른 여싱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면... <록산느의 탱고>에서는 "<연아> 선수가 잠재력을 발휘하면, 완성된 프로그램에서 주는 감동은... 바로 이 정도이다!!" 라는 확실한 믿음을 얻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

이 때... 우승을 했던 <미키>도, 2등에 머물렀던 <마오>도 모두 눈물을 흘렸다던데... 필자는 이런 사실 또한 다음 날의 뉴스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당일엔 이들 모두 필자에겐 아오안... 이었던 것이다.) 당시 부상이 너무 심해서, 마지막까지 대회 참가 여부 자체가 불투명했던 여왕님. 필자에게는 이제... 누가 뭐라고 해도 <연아> 선수가 최고였다. 그리고 바로 이 시점에서부터 여왕님은, 필자에게 "마음 속의 챔피언~" 으로 확고부동한 자리매김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필자의 피겨 공부 또한, 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연갤>을 알게 되면서~ 부터였다... ^^)

이제 여왕님의 곁에는 <오서> 샘이 앉아 계신다. <드림팀>은, 그렇게 첫걸음을 시작하고 있었다...

 

(<2부>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