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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5월


이 시기, KBS 는 새로운 포맷의 인터뷰 프로그램을 야심차게(?) 시작하고 있었다. 타이틀은 <단박 인터뷰>.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 및 각계 각층의 유명 인사 등을 직접 찾아가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눠 본다는... 뭐, 그런 프로그램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 <연아> 선수가 유명 스포츠인으로 선정이 되어 출연을 하게 되었다. (<연아> 선수는 6 회에 출연했는데, 이전까지의 출연자 면면을 보면...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박태환 (수영선수),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전 의장),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의원) 등이었고... <연아> 선수 다음의 출연자가 손학규 (당시 전 경기도 지사) 였다.)

필자로서는, 기획시부터 흥미를 갖고 있었던 프로그램이었고... 또 당시는 본방이 막 시작하던 초기 무렵이었므로, 기다렸다가 꼭꼭 챙겨 보곤 했었는데... <연아> 선수가 나온다니,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유시민, 박태환 편은 괜찮았지만... 정동영, 홍준표 편은 쩝~ ... 근데, <연아> 선수가 다음 차례였다. 기대 만발~, 항가항가~, 승냥승냥~ ... ^^)

이미 <연아> 선수는, 분초를 따져 가며 공식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유명인. <단박 인터뷰>는, 당시 국내 일정을 모두 마치고 본격적인 2007-08 시즌 준비를 위해 <연아> 선수가 다시 캐나다로 떠나는 당일에 촬영이 이루어졌다. (취재차에 타고 공항으로 향하면서, 그 시간을 이용해 인터뷰를 한 것이다.) 공항에 도착하면 출국 기자회견이 또 기다리고 있다. (여왕님,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면 곧바로 꿈나라행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뭐, 그것도 괜찮겠지... 잠이 안 오면, 오히려 그 쪽이 더 큰일일 수도 있다... ^^)

<연아> 선수의 모습을 보는 건 즐거운데, 인터뷰 내용하고는 참... "시합하다가 넘어지면 무슨 생각이 드느냐?", "부담감이 크지 않느냐?", "<아사다 마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올림픽에 대한 전망은?" 등등... 똑같은 레퍼토리의 반복, 재탕에 삼탕, 너무 끓여대 이젠 멀건 국물조차 안 나오는 사골 메뉴 일색이다. 오히려 웃는 낯으로 꼬박꼬박 대답을 해주는 <연아> 선수 쪽이 신기할 지경이다. 그래도...

바로 옆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듯 하는 인터뷰이기에... 공식 기자회견 때와는, 같은 대답이라도 느낌이 다르다. 그리고 당시의 <연아> 선수 이야기에서, 필자가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은 대충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었다.


"저는, <마오>를 꼭 이겨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마오>를 이기려고 피겨 스케이트 선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하는 걸 완벽하게 하면, 그걸로 땡(^^)이지~ 누구를 이기는 게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구요... (중략) ... 순위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모든 선수들이 다 1등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한번 1등 했다고 계속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슬럼프를 겪을 수도 있는 건데... 꼭 1등이... 1등이 다인가? ... (중략) ... 이번에도 언론에선 아쉬운 동메달~ 뭐, 그러시는데... 전 전혀 안 그렇거든요... (중략) ... 어린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요? (침묵하다 "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라는 물음에,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만 끄덕뜨덕~) 이렇게 힘들 줄 모르고 시작했는데, 막상 겪어 보니까 너무 힘들어서... 그래도 자기가 좋아하고 재능도 있고 즐기면서 한다면, 어떤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을 봤으면 좋겠어요."


    ☞  담담하게 얘기하는 <연아> 선수의 얘기에, 필자는 깊이 공감을 했다. 문득 필자의 고등학교 2 학년 1학기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 필자의 담임은 수학 선생님이셨는데, 당시 필자는... 월말이든, 중간이든, 기말이든... 어쨌든 시험이
         끝나고 채점표만 나오고 나면 개인적으로 불려가 엄청나게~ 혼이 나곤 했던 것이다. (물론 꾸중만 들었던 것은 아
         니었다. 알만한 분들은 다 아시리라 믿는다... ^^)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 필자의 성적은, 과목별 편차가 너무 심했
         기 때문이었다.

         언어와 사회 쪽은 최상, 과학은 중상, 근데 수학은... 반타작이었다. (^^) 이 꼴이니, 수학을 가르치는 담임 선생님
         입장에서도 화가 날 만은 했다고 생각한다.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 분들의 얘기는 언제나, 늘상, 이구동
         성으로 똑같았다. "할 수 있는 놈이 왜 안 해? 넌 수학 점수만 좀 더 올리면 서울대도 갈 수 있어!!" 아주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들은 얘기이다. (더불어, 매타작과 함께 말이다.) 근데... 근데 말이다. 저 당시 어른들은, 아주 크게 간과
         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할 수 있는 놈이었으면, 진작에 했다~ 라는 사실이다. (^^) 그리고, 만약 그랬다면... 언어와 사회 점수는 아마도 좀
         내려갔을 것이다. 그럼 결국... 얼추 "그게 그거~" 라는 결과가 된다. 저 당시에도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 이런 말로 항변을 하면, 돌아오는 결과는 "그걸 말이라고 하냐? 아주 매를 벌어요
         ~" 이런 식이었다. 그러니, 아예 말을 안하게 된다. 그러면 또 반항한다고 난리(?)이다. 내 참~, 나보고 어쩌라고?
         (^^a;;)

         한 학기 내내 흠씬 두들겨 맞고 나니,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름 방학 때, 필자는 마음을 단단
         히 먹고 혼자서 담임 선생님 댁을 찾아갔다. 그래도 방학 중에 찾아 뵈니, 웃으며 맞아 주신다. (설마... 오늘도 몽둥
         이를 들지는 않으시겠지?) 허심탄회하게 말씀을 드렸다. 선생님... 전 수학 점수를 올릴 자신이 없습니다.

         순간, 선생님의 표정이 딱 굳어진다. 왜? ... 수학공부를 하는 방법이 저와 맞지 않아요. 똑같은 유형의 문제를 반복
         하는 건 짜증스럽고 어려운 문제를 몇 분 동안 풀고 있는 건 시간이 아깝습니다. 그 시간이면 다른 과목이나 소설책
         은 몇 페이지씩 읽을 수 있거든요. 처음부터 끝까지 몇 번씩 되풀이 읽는 게 제 공부 스타일인데, 수학이나 일부 과
         학 과목은 이게 아예 안됩니다. 그러니 하고 싶은 마음이 아예 생기질 않아요.

         심각하게 듣고 계시던 선생님이 약간은 시니컬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그럼, 너 수학 완전히 포기하고 대입 준비할
         거냐? ... 완전히 포기하면 안되겠죠. 그러니... (여기서, 급방긋~) 선생님, 무슨 편법(?) 같은 게 혹시 없을까요? 그
         냥... 이 책 한 권만 하면, 대충~ 반타작 정도는 할 수 있다, 뭐 그런... (두 손 모아 부비부비~) 네?

         잠시동안 필자의 얼굴을 바라보던 선생님이 쯧쯧~, 혀를 차시더니 방으로 들어갔다 다시 나오신다. 그리고는 문제
         집 한 권을 던져 주셨다. 바로 <핵심체크> 였다. (요새도 종로학원 문제집이 핵심체크인지는 모르겠다... ^^) 넌...
         지금부터 그거 한 권만 봐라. 대신... 아주 달달 외우도록 봐야 해. 이해가 안 되면 그냥 외워 버려. 잔머리는 좋은 놈
         이니, 유형이 비슷하면 찍을 수도 있을 거다. 그러면... 입시에서 반타작보다 더 잘 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학교 시험은, 그거 갖고는 안되는 거 알지? ... 네~.

         담배를 피워 무시며 선생님이 한 번 더 물으신다. 너, 정말... 서울대 가고 싶지 않냐? 필자가 대답했다. 서울대가
         뭐,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선생님은 더이상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냉큼 부모님께 전화 한 통 해 주실 것을 부
         탁드렸다. 그리고... 이후로는 부모님의 서울대 타령도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실제로는 저 문제집조차 달달~ 외우는 수준으로는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딱 그 책 한권만, 할 수 있는데까지 하고
         서 입시장에 들어갔다. 다행스럽게도 얼추 반타작 가까이 풀 수가 있었다. 수학 한 과목 때문에 내신 등급도 한 단계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은 학교에 입학할 수가 있었다. 막상 대학에 입학하고 나니, 모든 건 그 순간 끝이었
         다. 부모님은 지금 대학도 좋은 곳이니 좋은 학창 시절을 보내라신다. 선생님도 축하를 해 주셨다. 대체... 부모님의
         성화, 선생님의 닥달... 그런 건 다, 무엇이었을까? 이 문제만큼은, 필자도 지금... 알 듯 모를 듯... 자신이 없다.


<연아> 선수가 했던 이야기 중에 먼저, 제일 마지막 대목... 즉, 어린 선수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보자. 저 얘기는 (물론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자신의 이야기이다. (^^) 좀 더 나이가 들면, 저렇게 속 보이는(?) 대답은 두리뭉실 에둘러 피하게 되는데... (그냥 힘들어도 열심히 해~ 뭐, 이런 식으로...) 역시 아직은 어린 나이여서 그런지, 순수하게 있는 심정 그대로를 털어놓고 있는 것이다. (^^)

"저는, 피겨를 좋아해요. 피겨에 재능도 있는 것 같고 연습도 즐기면서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어떤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을 보려고 하고 있어요." (빙고~!! 그래야지. 그래야 여왕님답지~ ... ^^)


    ☞  위의 박스글에서 얘기했듯이, 필자는 고등학교 시절에 과목별 성적 편차가 워낙 심했기에... 매 과목의 시험마다 거
         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 <수학>이야 거의 포기~ 수준이니 논외로 치고 (이건
         뭐, 시험지를 받아 드는 게 짜증 그 자체이니까... ^^), 예컨대 <화학> 같은 경우... 어느 한 시험에서 큰 마음 먹고
         시간을 들여 준비를 하게 되면, 시험지를 받기 전에 괜히 마음이 두근거린다. (솔까말... 이왕이면 100 점을 받고 싶
         은 것이다.) 그런데...

         시험이 끝나고 채점을 해 보니, 2 개를 틀렸다. 그래도 90 점을 넘었으니 평소보다는 아주 잘 본 시험이다. 근데, 옆
         자리의 짝꿍은 한 개를 틀렸단다. 살짝 부럽다. 에이, 나도 아까 한 문제... 조금만 더 침착했으면, 맞출 수 있었는
         데... 부질없는 상념이 머릿속에서 부메랑처럼 날아다닌다. (^^) 하지만...

         <국어> 시험 시간이 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우선... 시험지를 받는 것 자체가 신이 난다. 어디, 선생님들이
         어떻게 문제를 내셨나? 아하~ 어이구, 이런 문제를 내셨쎄요? (^^) 조금 까다로운 문제가 있어도 전혀 두렵지가 않
         다. 내가 까다롭다면, 친구들은 다 사색일 것이다... 자신감이 있으니, 한결 침착하게 생각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시험이 끝나고 나면, 학년 1등인 친구가 필자의 자리로 답을 맞춰 보려고 찾아 온다. 어차피 한 두 문제에 관한 얘기
         뿐이다. 의견이 같으면 기분 좋고, 의견이 달라도 괜찮다. 매번 1등이야 할 수 있나. 다음에 다 맞으면 되지 뭐...
         <국어> 만큼은, 딱히 100 점 받으려고 하는 공부가 아니다. 그냥 좋아서, 재미있어서 하는 공부인 것이다. 내 할 만
         큼 했으면 됐다. 그런데...

         어쩌다 교내 경시대회 같은 시험에서, 근소한 점수차로 1등을 놓치면... 옆자리의 짝꿍이 필자보다도 더 분해 한다.
         "야, 그래도 <국어>는 니가 학년 1등이잖아. 근데, 이번에 2 등 해서 어떡하냐?" 어떡하긴 뭘 어떡해? (^^) 짝꿍은 6
         월인데도 벌써 맨 뒷 페이지까지 너덜너덜한 필자의 국어 참고서를 안다. 틈만 나면 소설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
         을, 매일처럼 옆에서 보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2 등을 한 필자가 괜히 더 안타까운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아무렇
         지도 않다. 상대는 전과목 학년 1등이다. 지고 싶은 생각이야 없지만, 10 번이면 두 세 번은 질 수도 있다. 그리고,
         난... 그 친구를 이기려고 국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다...


<연아> 선수의 말이 백 번 옳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것, 자기가 좋아서 열심히 연습한 것... 그것만 잘하면 그걸로 땡~ 인 것이다. "피겨에서 끝을 보겠다~" 는 마음을 품고, 위와 같은 날들을 쌓아 간다면... <연아> 선수는 언젠가 분명, 진정한 고수가 될 것이다. 1 등, 2 등에 연연해서 늘상 그 수준을 넘나들고 있어서는, 결코 <넘사벽~>이 될 수 없다. 훨씬 위의 수준까지 다다라야, 비로소 컴페티션을 내려다 보는 자세로 치를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

"마음 속의 챔피언~" 은... 역시, 마음 가짐도 챔피언이었다. 더불어 노래도 잠깐 불러 주는 센스~ 캐나다에서도 늘상 그런 자세로 노력해 나가길... 진심으로 기원했던 2007년 5월의 어느날이었다. (^^)

 

■  2008년 3월


갑자기 1 년의 시간이 지났다. (^^) <연아> 선수의 시니어 2 년차 시즌에, 필자의 공부 과제는 스핀 완전 정복 및 스텝의 이해였다. 결국, 완전 정복... 까지는 모르겠지만, 보는 눈이 상당히 좋아진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연갤> 여러분들의 도움이 실로 컸다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때 이후로, 스핀 공부를 소홀히 한 탓에... 최근에는 자신감이 많이 없어졌다. 다음 시즌이 시작될 즈음에 바짝~ 복습을 할 예정이다.) <COR>에서 FS 점수 세계최고기록 경신, <GPF> 2연패... 근데 또, 부상 크리... 4 대륙 대회 불참... 좋은 일도 많았지만, 시즌 막바지가 다가올수록 어쩐지 전시즌의 불운이 반복되는 듯한 느낌은 아무래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2008 세계선수권>이 개최되었다.

승냥이들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여싱 FS 의 날...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마음 속에서 피어 오르는 진정한 살기(殺氣)라는 게 어떤 기분인지를... 필자는 이 날, 처음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ㅡ.ㅡ*!!) 여러 승냥이 분들께서, 이미 수많은 글들 가운데 쓰셨던 표현이긴 하지만... 필자 또한, FS 경기가 끝난 후 점수를 바라보던 여왕님과 <오서> 샘의 표정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당시까지 필자는 <연갤> 등에서도 눈팅만을 계속하고 있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제 초보 단계는 벗어났구나~ 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워낙에 능력자 횽들이 많으신데, 필자의 수준으로 섣불리 무슨 글을 올리랴~ 싶은 마음이었던 것이다. 여왕님을 응원한다고는 하지만... 이 나이에 나선다는 게 오히려 방해만 되는 건 아닌지, 그냥 지금처럼 멀리서 바라봐 주자~ 라는 생각이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저 사건은, 이러한 필자의 기본 자세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계기가 되었다. <소금호수> 사건 등, 워낙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피겨판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아무리 <신채점제>로 바뀌었다고는 하나, 100% 공정한 판정이란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도 어느 정도는 인정한다. 기득권의 입김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했다. 최소한의 공정성, 그 마지노선조차 개무시를 했을 뿐 아니라... 그 피해자가 다름 아닌, 우리 여왕님인 것이다. 슬쩍 떠민 정도도 아니다. (이 정도만 해도 노발대발할 판에...) 아예 확 떠밀어 넘어뜨린 것이다. 아니, 이 잡것들이!! (ㅡ.ㅡ*!!!) 그런데...

머리 끝까지 화는 치밀어 오르는데... 딱히 떠오르는 방법이 없다. 그저 몇 줄... 분노의 글 퍼레이드에 동참하는 건, 필자의 체질에 맞지 않는 일이다. 어떡해야 하나... 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우선 피겨 공부를 아예 다른 차원에서 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단순히 감상을 하는 수준이 아니라, 심판진의 평가를 비판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여왕님의 피겨가 어떠한 것인지를 한 눈에 설명할 수 있는 글을 써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아직은, 실력이 부족한 것이다. (ㅜ.ㅜ)

혈압이 거꾸로 오르고 머릿속의 실핏줄이 죄다 터져 나갈 것 같지만, 실력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필자의 피겨 공부 방식은 완전히 바뀌었다. 여싱 위주에 약간의 남싱 정도를 덧붙이던 상황에서... <여싱>은 물론 <남싱>, <페어>, <아댄> 까지... 닥치는 대로 보기 시작했다. 필자 스스로가 먼저 완전한 피겨팬이 되어야, 여왕님의 피겨 사랑하는 마음을 글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의 몇 달 동안... 필자의 유일한 취미 생활은 피겨 공부였다. 그것도 오로지... 어떻게 하면, 여왕님의 피겨에 대한 설명을 아름답고 쉽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목적 하나에 100 % 의 촛점을 맞추고 했던 공부였던 것이다.

필자가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때때로 우리 승냥이들 중 일부가 스스로 흔들리거나 좌절하는 것이었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가장 자부심을 느껴야 할 팬들이, 스스로를 초라하게(?) 생각할 판이었던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승냥이 분들께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이성으로, 언제나 세상 모든 불의에 맞서 그대가 분노할 수 있다면... 우리는 하나다~" 라는 <체 게바라>의 얘기를 들려 드리고 싶었다. (좀 더... 좀 더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서 말이다.)

 

■  2008년 7월


올 시즌 여왕님의 새로운 프로그램 음악들이 발표되었다. SP <죽음의 무도>, FS <세헤라자데>. 줄곧 피겨 공부를 해 온 보람이 있을 것 같다. (^^) 평소에 좋아하던 곡들... SP 는 강렬하고 FS 는 서정적이다. 뭔가, 대박(?)이 터져줄 것 같은 느낌... 완성된 프로그램을 보기 전까진 섣불리 단언할 수 없지만, 그래도 결코 나쁘지 않으리라는 예감이 든다.

9 월에는 새 갈라곡이 발표되었다. <Gold> ... 응? 모르는 노래이다. 2000 년대 이후의 팝송은 필자로서도 별 자신이 없다. (^^) <린다 에더>란 이름은,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얼른 찾아서 들어 본다. 훗~,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스친다.

<세헤라자데>에 <Gold>란 말이지... 올시즌을 맞이하는 여왕님의 각오가 그대로 전해져 온다. 이건 뭐, 직접 말로만 하지 않았을 뿐... "승냥이들아~ 올 시즌엔 기필코 월챔 떡밥을 하사해 주리라~" 라고 예고한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더구나 친절하게도(?) <Gold>를 통해, 필자가 해야 할 일까지도 상세하게 일러 주었다. ("알았삼, 오바~")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10월 26일, <SA>의 여싱 SP 경기가 시작되었다. 웜업 장면시 여왕님의 원 샷! 헉~ 뭐냐, 이건... (^^) 지난 시즌까지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제는 그야말로 숙녀티가 완연하다. (삼촌팬의 마음으론, 아주 쪼금은 섭섭~) 다들 웜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헉~ <미키>가 넘어졌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살을 뺀 모습에 넘어지기까지 하니, 좀 안되어 보이기도 한다. 다행히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1그룹 경기가 진행된다. 역시 시즌 첫 대회라 그런지, 선수들의 실수도 잦고 점수도 박하다. 여왕님은 마지막 순번... 여타 선수들이 모두 경기를 끝낸 상황에서, 2위는 <안도 미키>의 57.80 점... 대체 누가 이번 <SA>가 강자들이 즐비하다고 한 거야? (^^) 드디어... 여왕님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경기 내용 설명은, 앞서 올렸던 글에서 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필자가 상상하던 그림과는 상당히 달랐다. 처음부터 시종일관, 프로그램 내에서 "죽음~" 의 이미지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사신도 아니고, 해골도 아니다... 설령 <윌슨> 횽이 그런 의도로 안무를 짰다고 해도, 필자는 도저히 그런 식으로는 해석할 수가 없다. 대체 여왕님의 캐릭터는 뭐지? 그 때... 스텝 시퀀스가 시작되었다. 바이올린 선율과 스텝 및 안무 동작이 딱딱 맞아떨어져 간다. 순간, 필자는 마치 바이올린의 선율이 여왕님의 몸을 휘감아 타고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번쩍~ 하고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그래, 여왕님의 움직임은 바로 바이올린 소리 그 자체야!

너무나도 강렬했던 엔딩 포즈!! 여왕님의 표정은 자신감과 생동감으로 충만해 있었다. <죽음의 무도> 해석의 모티브가 정해진 순간이었다. "바이올린 선율의 화신과 자신감 내지 생동감" ... 이후, 몇 달간의 사색 및 수정 작업을 거쳐 결국 "해골마저 되살려 춤추게 하는 사신의 바이올린 선율, 그 속을 타고 흐르는 궁극적 생명력의 화신(化身)~" 으로 귀결되었다.


    ☞  이 시리즈의 연재글들을 쓰기 위해 필자는, 이 당시부터 초안을 구상하기 시작해서 4 대륙 대회가 끝난 직후에 전체
         적인 구상 및 자료 수집을 끝내게 되었다. 이후, 월드 시의 퍼포먼스 및 프로토콜을 더하여 최종적으로 정리를 해 왔
         던 것이다. (박스 글 등의 에피소드 역시, 어떤 것들은 두어 달 전에 미리 써 놓았던 것들도 있다.)


<SA>에서 우승을 한 이후 참가한 <COC>... 여기서 전혀 예기치도 않았던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할 줄은, 아마 그 어떤 승냥이도 미리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SP 이후 <3F>에 내려진 <e> 판정!!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사건이었다. 작년 월드의 <판정 크리>에 버금가는 비열한 협잡질이었다. (아니, 3 턴에서 도약까지 그 순식간의 찰라에... 명확하고 긴 시간의 롱엣지를 실시간 비디오 판독으로 잡아냈다고? 테크니컬 패널, 니가 600만불의 사나이냐? 눈깔 이리 내. 한 번 확인해 보게!!)

그리고, 필자는 처음으로 <연갤>에 제대로 된 장문의 게시물을 올렸다. 제목은 "<레전드>로 가는 길~" 이었다. 피겨 공부를 한 보람이 있었다. 필자의 글을 읽고 마음이 좀 편해졌다~ 는 댓글을 보며, 여왕님과 승냥이들을 위해 필자 또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쁨을 맛볼 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 올렸던 "여자 피겨계의 제 3 의 물결, 김연아" 라는 글이 논란에 휩싸였다. 약간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쓴 글이었기에 표현상에 문제점이 좀 있었다. 필자로서는 좋은 경험이었다. (이후로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연아> 선수에 관한 글을 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본글은 말할 것도 없고, 초안조차도 말이다... ^^)

올 시즌에 필자가 하려던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죽음의 무도>, <세헤라자데>, <Gold> 에 대한 감상문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하고 싶었던 일이 또 있었다. 여자 싱글에서 200 점을 넘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이며, 어떻게 해야 넘을 수 있고, 또 누구만이 넘을 수 있는지를 밝히는 것과... 지난 3 년간의 <연아> vs <마오> 성적을 비교해서, 어떻게 비교를 해도 <연아> 선수가 우위임을 입증하는 일이었다. (여기까지는, 좋은 분위기가 계속되었다.) 그런데...

<GPF>이 끝나고, 필자는 한동안 자괴감에 빠져 들고 말았다. 당시 논란이 되었던 과열응원에 대한 책임논란에서 필자 또한 피해갈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필자 또한 두 차례의 글을 통해서 응원을 독려했었다.) <GPF> 현장에는, 물론 필자도 있었다. (SP 와 FS 이틀 모두 있었다.) 따라서, 솔직히 좀 억울한 감도 전혀 없지는 않다. 당시의 현장 진행 상황이 너무나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 변명일 뿐이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여왕님에게 과한 부담을 지워준 꼴이 되지 않았나?

여왕님의 눈물을 보고 나니, 글 쓸 마음이 싹~ 사라지고 말았다. 괜한 설레발~ 이었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감상문을 쓰기 앞서서 필요했던 남은 두 개의 글... <신채점제>에 관한 얘기와 <여왕님의 표현력>에 관한 얘기는 올리지 않기로 했다. 그냥 잠수... 눈팅만 하면서, 자숙하는 기간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여왕님이 <4대륙 챔피언>이 되었다. 자숙 중이었지만... 축하글은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는 이 축하글 이전까지는 <연아> 선수에게 절대로 여왕님이라는 호칭을 붙이지 않았다. 당당하게 <챔피언> 타이틀을 딴 이후에, 기분 좋게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왕님이 챔피언이 되었다. 여왕님이란 표현을 정말이지 써 보고 싶었다. 그래서, 축하글을 썼다. (^^)

<월드>가 끝나고서야, 비로소 자숙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 미리 올리려 했었던 두 편의 글과 함께 프로그램 감상문을 엮어서... <08-09 시즌 결산>이란 제목을 붙여, 이 연재글을 써 왔던 것이다. (^^)

 

■  월드 챔피언의 갈라곡 <GOLD>


필자는, 갈라곡의 안무 자체를 분석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컴페티션 프로그램 내에 사용되었던 안무가 포함되어 있다면, 경기 장면이 떠오르니까 좋고... 점프의 난이도가 좀 낮다고 하더라도 그만큼 더 아름다운 흐름을 느낄 수가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의 새 갈라곡에 대한 필자의 첫 느낌은, 또 한 번 역시 "너무 티(?)나는 거 아님?" 이라고 하겠다. 여왕님의 이번 갈라곡 <Gold>는, 마치 아예 월챔 등극을 기정사실로 생각하면서 선곡을 한 것만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도 그만큼 이번 <월드>에 대한 여왕님의 염원이 컸다는 반증일 것이다. (연습시에도... 갈라로 <Gold>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면, 아마 정신이 번쩍~ 들곤 하지 않았을까? <세헤라자데>도 그렇지만 이 곡도 역시, 우승을 해야 비로소 완전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가 될 수 있는 곡이니까 말이다... ^^)

이미, 여러 승냥이분들께서 모두 "여왕님의 지나온 날을 노랫말로 쓴 것 같다~" 라는 평을 하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여기에, <Reflection>의 주인공이었던 소녀가 마침내 찾아온 그 날에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하고 있는 느낌이기도 한 것이다.) 필자 또한 여러 승냥이분들의 생각과 같다. 그런데, 거기에다가... 필자의 생각 한 두 마디만을 더 붙여 보도록 하겠다. 이미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그래도 먼저, 노랫말을 다시 한 번 살펴 보자.


      <GOLD> (골드)

      I wonder if when all is done anyone heard my voice.
      (난 생각해요. 모든 게 끝났을 때 "누군가 내 목소리를 들었을까?" 라구요.)
      But from the start we have no choice our journeys just begin.
      (처음부터 우리에겐 다른 선택이 없었어요. 이제 막 우리는 길을 나서죠.)

      My hearts been driven by extremes light with dreams, tight with fear.
      (극과 극을 치닫는 내 마음은, 꿈으로 빛나고 두려움에 마음 졸이지만)
      But still God knows that I was here and I was so alive.
      (이 세상에 내가 있단 걸 하나님이 아시기에, 그렇게 난 살아 있었던 거겠죠.)

      Now I lay the past to rest for in the end I did my best.
      (이제 난 지난날은 잊으려 해요.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You have to live the life you're given and never close your eyes.
      (주어진 삶은 살아 나가야만 해요. 결코 눈을 감지 말아요.)
      You hold on and stare into the sky and burn against the cold.
      (꿋꿋이 버티고 서서, 하늘을 바라보며 추위에 맞서 불타올라요.)

      For any moment you might find the gold.
      (그러면 언젠간 『골드』를 찾아낼 수 있을 거에요.)

      And there was joy through it all.
      (그 모든 것을 지난 곳에, 기쁨이 있었어요.)
      And I am standing tall.
      (그리고 나는 지금, 당당히 서 있어요.)

      And though my voice was just a whisper someone must have heard.
      (내 목소리가 단지 작은 속삭임이었다 할지라도, 누군가는 분명히 들었을 거에요.)
      There were nights the moon above me stirred and let my life take hold.
      (머리 위에서 달빛이 흔들리던 밤들, 내 인생을 붙잡아 주던 밤들이 있었죠.)

      I rode across the sky and once I touched the gold.
      (나는 하늘을 가로질러 날았어요. 그리고 한 번, 나는『골드』에 손이 닿았죠.)
      Here in my own two hands I once held the gold.
      (여기에서, 내 두 손으로 나는 한 번『골드』를 붙잡았어요.)


※  미국의 팝 싱어이자 뮤지컬 배우인 <린다 에더 (Linda Eder)>가, 자신이 출연했던 뮤지컬 <까미유 클로델 (Camille Claudel)>에서 부른 오리지널 넘버가 원곡이 되겠다. 원곡은 4분 5초 가량으로 더 길지만, 여기서는 <윌슨> 횽아가 여왕님의 갈라를 위해 짧게 편집한 곡 부분의 가사만을 옮겨 적어 보았다. 또한, <까미유 클로델>은 "생각하는 사람" 을 만든 천재 조각가 <로댕(Rodin)>의 제자이자 동료, 애인이었으며 불행한 삶을 살았고~ 기타 등등은... 이 글의 내용과 하등의 관계도 없으므로 이만 줄이도록 하겠다. (^^) 갈라곡으로 쓰여진 이상... 노랫말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여왕님인 것이며, 따라서 당연히 이야기의 주인공도 여왕님인 것이다.


필자가 "여왕님의 올시즌 프로그램에 대한 감상문을 작성해 보자~" 라고 맨 처음 생각을 했던 것은, 바로 이 <Gold>의 맨처음 부분 노랫말을 듣고 나서였다. 처음에는 단지 "마음 속의 챔피언" 이, 꼭 "실제의 챔피언" 이 되어주기를 바라던 단순 승냥이였던 팬심이... <2008 월드>의 판정 크리를 겪으며, 악에 받친 공부를 통해 전투 승냥이 모드로 진화했다가... 이 대목에서는 다시, 연구 승냥이 모드로 살짝 순화가 된 순간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


    ☞  필자는 기본적으로 연구 승냥이가 되길 원한다. 하지만, 적들이 도발해 오면 언제든지 전투 승냥이화가 가능하다.
         애시당초 본격적으로(?) 피겨 공부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내, 이 잡것들을~!!" 이었기 때문이다.


<연아> 선수는... 자신의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얘기를 들려 줄 수 있는, 현역 유일 아니 역대 최고의 여싱 선수이다. 사상 최고의 테크니션이자, 사상 최고의 아티스트인 것이다. 따라서 <오서> 샘에게나, <윌슨> 횽아에게나 <연아> 선수는 그야말로 <Dreamy> 이자 <Total Package> 일 수 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오서> 샘의 입장에서는,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스핀, 스파이럴 시퀀스, 스텝 등의 발전을 통해 점점 완전해지는 제자를 바라볼 수 있으니 가르칠 맛도 나고 보람도 클 것이다. <윌슨> 횽아의 경우는, 다른 선수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그림이 너무도 아름답게 배어나오니 배경 음악 선곡 및 편곡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게 되고 안무 구성을 하는 흥이 절로 날 것이 아닌가. (<윌슨> 횽아의 말대로, <연아> 선수는 "모든 피겨 안무가들이 꿈~" 인 것이다.) 그런데...


     ☞  본문의 최종 편집 작업을 하다, 잠깐 쉬는 도중에 <Don't Stop The Music> 영상을 발견했다. (아~)
          이건 뭐... 할 말이 없다. 이제는, 갈라로도 "전설의 프로그램~" 을 만드려고 하는 모양이다... (^^)


<연아> 선수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작품을 관객들이 더 많이 알아줬으면 싶은 마음일 것이 당연하다. 커다란 기술 요소 뿐만 아니라, 안무와 세세한 피겨 마임 하나까지도... 분명히 그렇기에, 그렇게도 열정과 정성을 다해 퍼포먼스에 임하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 승냥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본연의 임무는... 역시, 여왕님의 연기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보아 주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비록 필자가 올시즌의 감상문을 쓰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겨우 개략적인 윤곽만을 그려낼 수 있었을 뿐이다. 정말 생생한 느낌은 마음으로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여러 승냥이 횽들께서는 분명 아주 많은 얘기를 들으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것이다. 퍼포먼스가 끝났을 때, 여왕님의 이야기를 가장 많이 이해한 사람들... 그것이 바로, 우리 승냥이들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

나머지 노랫말이야 딱히 더 설명할 부분이 없다. 단, 필자의 마음에 가장 와닿았던 대목은 다음의 두 구절이었다.


      Now I lay the past to rest for in the end I did my best.
      (이제 난 지난날은 잊으려 해요.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Here in my own two hands I once held the gold.
      (여기에서, 내 두 손으로 나는 한 번『골드』를 붙잡았어요.)


컴페티션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인생 또한 결코 멈추지 않는다. 컴페티션을 벗어나는 길은 은퇴 뿐이요, 인생을 벗어나는 길은 죽음 뿐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길을 꾸준히 걷기 위해선 반드시 "망각" 이란 치료약이 필요하다. 과거의 슬픔뿐 아니라, 과거의 기쁨도... 과거의 상처뿐 아니라, 과거의 영광도... 시간의 흐름 속에 흘려 보내야 하는 것이다.

<골드>를 붙잡기 위해 보낸 수많은 밤들... 최선을 다했던 시간들... 하지만 <골드>를 막 붙잡은 순간, 시간은 벌써 그것을 낚아채 과거를 향해 저만치 달아나기 시작한다. 웃으며 보내주자. 어차피 영광이란, 찰라의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로 의미가 있는 것은, 그것을 "한 번" 붙잡은 자기 자신인 것이다. 그리고 눈 앞에는... 또다른 "한 번" 을 위한 시간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내가 왜 괜한 걱정을 했을까.. 왜 겁을 냈을까..
      이번 월드는 그 어느때 보다 간절했는데.. 내 인생을 건 일이였는데..

      월드 타이틀을 또다시 놓치면 어쩌나.. 설마 이번에도..
      이런 생각들 수없이 했다..

      잘하고 있어도 잘할 자신 있어도..
      앞으로 일어날 일들은.. 그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두렵다..

      근데 이번에 조금 그런 생각들을 떨쳐낸 것 같다..
      내가 생각한 대로, 상상한대로 이루어 가고 있다..

      한계단 한계단.. 내가 원하는 자리로 올라가고 있는 느낌.
      지난 날들의 시련이 오늘의 나를 위한 거였구나..

      감사합니다.


      - 여왕님 작은 집에 실린 <월드> 이후의 글 -

 

여왕님, 수고하셨습니다. 여러 승냥이 횽들, 수고하셨습니다. 올 시즌은 정말로 행복했습니다. 여왕님이 계셔서, 여러 승냥이 횽들이 계셔서... 힘든 날들도 힘든 줄 모르고 지내 온, 지난 몇 달의 시간은... 저에게도 너무나 행복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 (연재 글의 취지와 맞지 않아서 못했거나 따로 드리고 싶었던 남은 얘기들을 모아서, 며칠 후 마지막 편 <연재 후기> 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누구에게나 인생을 살면서 금과옥조로 여기는 문구들이 있겠지요. 저에게도 있습니다. 올 시즌의 여왕님 프로그램에 대한 감상문을 모두 마치는 자리에서, 올 시즌 내내 필자의 마음을 지탱해 주었던 두 가지 명언으로써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항상, 불가능이라 여겨지는 꿈을 가지자.

            - 체 게바라 (Che Guevara, 1928~1967) -

 

      몇몇 사람을 처음부터 끝까지 속일 수는 있을 것입니다. 또한, 잠시 동안은 모든 사람을 속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처음부터 끝까지 속일 수는 없습니다.

            - 아브라함 링컨 (Abraham Lincoln, 1809~1865) -

      (※  원문인  "You can fool some of the people all of the time, and all of the people some of the time, but you
            can not fool all of the people all of the time."  에서는 <people>이 "국민" 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