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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밟았어!"
by 이니

저 말을 기억하는가. 어린 시절, 돈 들이지 않고 쉽게 할 수 있는 수많은 놀이가 있었지만, 그 중에는 특히나 운동장 바닥에 선을 그리고 하는 놀이가 꽤 많았다.
체육 수업 시간에조차 물주전자를 들고, 혹은 백묵가루를 돌돌거리며 선을 긋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고무줄 놀이가 아닌 다음에야 대부분의 놀이에는 선이 있다.

선. 이 선이 의미하는 것이 대체 무엇인가.

모든 놀이는 스포츠의 연장, 혹은 모체나 다름 없다. 초 단위의 룰을 정하는 복잡한 스포츠들과는 달리, 놀이는 아주 단순하고 직관적인 규칙들로 구성된다.
차례를 지키는 것, 선을 밟지 않는 것. 선 혹은 금. 이것은 놀이에 있어서 최소한의 규칙이다. 놀이는 단순히 놀이가 아니다. 남들과 같이 하는 놀이에서,
아이들은 '지켜야 할 것'을 배운다. 남과 같이 무언가를 하기 위해 지켜야 할 것들. 이것이 놀이에서 세상으로 확대되면, 법 혹은 정의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스포츠맨쉽은 한 때 정의와 동격에 가깝게 사용되곤 했다. 정정당당하게 하자. 스포츠맨쉽을 지켜라. 얼마나 멋진가. 세상엔 비록 불의가 판치더라도,
어떤 '선' 안에서 행해지는 모든 스포츠에는 규칙이 있었고, 스포츠맨이라면 당연히 그 규칙을 지켜야만 했다. 결투마저도 비슷한 맥락에서 행해졌다.
언젠가부터 스포츠는 프로와 아마추어라는 아주 큰 두 무리로 분리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스포츠맨쉽이 일종의 파행을 겪는 시발점과도 같았다.

아마추어. 올림픽 참가 전제 조건의 하나였던 바로 이 단어. 스포츠를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의 축제가 올림픽이었다. 왜 그래야만 하냐고?
돈이 개입되면, 모든 것은 더러워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돈이 목적이 되면, 반드시 이겨야만 하며, 그러려면 모든 규칙을 지키고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세계에서 단 하나의 선택받은 사람 뿐이다. 그러나 규칙을 어기면, 의외로 많은 사람이 그 자리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올림픽은 이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아마추어 스포츠인의 축제라고 제한했다. 프로로 전향했던 사람이 다시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게 된 것은,
100년 넘는 올림픽 역사를 놓고 보면 극히 최근에 불과하다. 그리고 여전히 올림픽은 아마추어 축제로 자신을 무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올림픽에는 수없이 많은 종목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돈 되지 않는 종목'들이 널려 있는 곳이다. 프로로 전향할 수 없는 종목도 수두룩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포츠가 가장 스포츠답게, 즉 스포츠맨쉽을 가지고 모든 규칙을 지키며,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는 것만을 목표로 하기 위해서는,
그 스포츠에는 어떠한 상금도 없어야 하고, 승리의 대가로 주어지는 것은 단지 그 모든 것을 딛고 이겨낸 자에 대한 명예뿐이어야 한다.

오래 전, 88서울 올림픽의 응원가였던 <Victory>에서 코리아나가 처음 부른 가사는 이러했다.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 어떻게 경기하는가가 중요할 뿐."

인류애의 극치를 보여 준 <손에 손잡고>에 맞춰, 이 노래는 스포츠맨쉽의 극단을 보여준다. 스포츠가 목표로 하는 것은 단지 승리, 그에 따른 명예일 뿐.
또한 그러하기에 결과는 중요하지 않으며, 자신이 얼마나 만족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김연아 선수의 짧은 인터뷰를 두고 주말 내내 참 많은 말들이 오간다. 일본 연맹은 펄쩍 놀라 뛰고 있으며, 국내 언론은 호들갑스럽게 그걸 또 보도해댄다.

나는 김연아 선수의 저 짧은 인터뷰를, 어린 아이들이 놀이 중에 흔히 하는 한 마디를 빌려 요약하고 싶다.

"금 밟았어!"

참고 참고 또 참다가, 결국은 터져 나오는 어린 아이의 외침을 기억하는가. 금밟고 놀이하던 아이는 움찔하게 된다.
반박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곧 다시 똑같은 일을 하지는 못한다. 김연아 선수는 그냥 짧게 말했다. 그랬었다, 라고.
다시 말하면, 하지 말라는 말을 완곡히 돌려 했다는 것이다. 알고 있었으니, 그만 하라고. 지켜 보는 눈을 늘리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거다. 예의도 지키라고 발달한 거고.
그리고 스포츠는 규칙과 예의가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게 살아 있어야 하는 세계다.
비록 실상은 그렇지 못하더라도.